디자이너의 여행/미시건 int'l camp
-
미국, 공짜로 가봤니? 미시건 비치에서 노숙하기디자이너의 여행/미시건 int'l camp 2010. 3. 5. 14:25
. . . . . 갈매기 울음소리와 바닷물이 철썩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언뜻 들으면 낭만적일지 모르나 이건 정말 끔찍했다. 가까이까지 밀려오는 파도에 얼굴은 온통 소금물로 젖어있었고 침낭으로 돌돌 말다시피 한 내 몸은 덜덜 떨고 있었다. 한밤중에 밀물에 몸전체가 쓸려내려가지 않았던게 천만 다행이었다. 망망대해같은 미시건 호수의 백사장에서 노숙을 한 것이다. 파라솔도, 베개도 없이. 근 몇 일동안 7명의 아이들은 해변에서 하룻밤을 자고싶다고 난리난리 개 난리를 쳤다. 하지만 난 바닷가같은데서 자기라도 하면 1. 누군가의 신변에 무슨일이 벌어지면 책임자인 나는.....-_- 2. 아침저녁으로 너무 추워 침대밖으로 나가기 싫다능 3. 들짐승 산짐승 바닷짐승-_-? 의 어택에 속수무책 이란 이유로 계속 거..
-
미국, 공짜로 가봤니? -첫번째 시즌-디자이너의 여행/미시건 int'l camp 2009. 7. 20. 15:12
THE KIDS COME !!! Look out의 첫번째 시즌의 아이들이 왔다. 다들 브라이스 인형같 이 생겨서 신기했다. 공을 주고받으며 이름 외우기 놀이나, 줄 밟고 자리바꾸는 시합 등으로 유대감을 쌓았다. 굳은 표정의 아이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천진한 본성을 보여주었다. 먼저 다가가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던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노는 것은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일이었다. 힘든 일정을 마치고 미시건 호수가 보이는 비치에 앉아 석양을 구경하는 것은 그래서 더 꿀맛이었다. 아이들과 스태프들이 한데 어우러진 자리에는 옅은 통키타 소리와 모닥불의 탁탁 터지는 소리가 더해졌다. 다들 해가 지는 것을 보며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물론 영어로) '0'을 외치는 순간, 나는 '이런 멋진 석양을 두번다시..
-
미국, 공짜로 가봤니? -talent show 편-디자이너의 여행/미시건 int'l camp 2009. 7. 15. 10:11
1. Talent show 탈렌트 쇼가 열렸다. 일종의 학예회같은 것인데, SKIT이 주를 이룬다. SKIT은 코메디 쇼 같이 만담을 하기도 하고, 노래자랑을 하거나, 연극 등을 하면서 자신의 끼를 발산해 보는 것이다. 나중에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스태프들끼리 미리 리허설을 해 봤는데, 나에겐 초딩때 역할극 이후 처음이라 무척 생소했다. 나는 트롯을 불러 볼까 하고 무대 뒤에서 연습하고 있자니까, 미국 외 나라 친구들이 달려와 자국의 tongue twister를 연달아 하자고 졸랐다. 한국것으로 말하자면 간장공장공장장은 간공장장이고~ 이런건데 사실 한국인인 나도 이걸 정확하게 몰랐다. 하지만 되는대로 내뱉어도 한국말을 모르는 그들은 토끼눈이 돼서 마구 박수를 쳐댔다. 핫핫핫..; 더 신기한건 러시아,..
-
미국, 공짜로 가봤니? -미국 병원 순회기-디자이너의 여행/미시건 int'l camp 2009. 6. 27. 10:32
나는 장장 한시간 반동안 눈물을 흘리며 변기에 앉아있었다. 타지에서 아플수도 있지만, 왜 하고많은 병중에서 쪽팔리게 변비가 걸린단 말입니까! 낮선 환경에서, 그것도 한국에선 잘 먹지않던 빵, 치즈, 고기, 우유를 줄창 먹은게 탈이었다. 나는 일단 사전을 뒤져 '변비' 라는 단어를 외웠다. 캠프 주인 캐티에게 노랗게 뜬 얼굴로 "변비입니다." 라고 고백했고 난 로컬 닥터에게로 보내졌다. 거기서부터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난 정말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대체 똥이 영어로 뭐였더라? ....shit? 그럼 똥을 못싸겠어요ㅡ는? "I can't.... shit.." ? 흑흑! 의사는 잘 못알아들었고 나는 감히 의사분에게 약간 욕을 한 셈이 되었다. 장장 10년동안 배운 영어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소변, 생리..
-
미국, 공짜로 가봤니? -이상한 나라의 미국인들-디자이너의 여행/미시건 int'l camp 2009. 6. 26. 12:00
한국을 떠나온지 일주일이 될 무렵이었다. EB가 다같이 놀러가자고 했다. 중형차에 10명 겹쳐타기를 시도했는데 이런짓은 미국에서도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LA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영화배우 같이 생긴 벤의 무릎에 살포시 앉아 그를 내 엉덩이 뼈로 고문하고 있었다. 나야 흐믓하지만 문제는 내 위에 누군가가 또 앉았다는 점이다ㅠ 우리를 겹겹이 태운 차는 frankfort 고등학교 운동장에 도착했고 우리는 신나게 소프트볼을 했다. 크고 물렁한 볼을 배트로 치는 소프트볼은 사실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발야구랑 비슷해서 금방 규칙을 터득할 수 있었다. 그나마 운동신경이 좋은 나는 브라이언과 한팀이 되어 연속 득점! '역시 백마디 말보다 체육 한방으로 친해지는걸!' 이라고 생각했다. 생전 처음보는 날 꺼리낌없..
-
미국, 공짜로 가봤니? --샤워장에서의 소동-디자이너의 여행/미시건 int'l camp 2009. 6. 23. 10:35
숲속엔 간이 샤워장이 있다. 물을 어디서 끌어오는지 모르겠지만 냉/온수가 풍부하게 나와서 좋았다. 여러 샤워기가 달려있는 중심 축을 중심으로 커튼으로 칸칸히 나뉘어 있는 형태였다. 맥주병인 나는 그날도 남들 다 유려하게 수영할 때 물장구를 살짝 치다가 일찌감치 나왔다. 그리곤 샤워를 하러 때수건♥을 들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이미 몇 명이 샤워를 하고 있었다. 난 사람이 있는게 마음이 놓였기 때문에 주섬주섬 수영복을 벗으며 누가 벌써 샤워장에 와 있나 발밑을 보았다. (나 변태 아님) 다들 종아리가 무척 털이 북실북실하니....여성의 그것이 아니었다. 귀를 기울여보니 목소리도 걸걸한게....알렉스와 블레이크 등등이었다. 앗-ㅁ-? 왜! 남자들이 들어와있는가! 나는 흠흠~헛기침을 하자 그들이 당황하기 시작했..
-
미국, 공짜로 가봤니? -미국식 음식 소화시키기 -디자이너의 여행/미시건 int'l camp 2009. 6. 22. 14:23
사실 난 토종 한국인! 아침엔 꼭 된장국을 먹어야 하는 인간이다. 한국에선 브런치라고 해서 커퓌~샌드위치~오믈렛~쏘세지~이런걸 멋으로 먹지만 난 생존을 위해 먹어야 했다. 아침에 팬케익+시럽+우유 아니면 토마토 수프와 토스트 점심에 샌드위치 아니면 스크럼블 에그..감자..핫도그.. 저녁에 수제 햄버거와 야채볶음 혹은 ...감자를 버터에 데굴데굴 굴린거...? 등을 먹고 눈물을 흘리며 자야하는 이 거지같은 식단은 내게 변비라는 작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난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안쪽 벽에 써있는 낙서를 찬찬히 읽으며 변소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물론 내 항문은 날마다 흐림~이었지만. 낙서는 난 여기 언제왔고/ 어디서 왔고/ 프레드♥메리/ 뭐 이런식이었다. 그런데 변기 위쪽에서 어떤..
-
미국 공짜로 가봤니? -캠프장은 언제나 흐린 뒤 맑음-디자이너의 여행/미시건 int'l camp 2009. 6. 20. 16:24
나무로 만든 캐빈에 짐을 풀고 누우니 청솔모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사슴이나 스컹크도 새벽녘에 풀을 뜯어먹고 간다. 여긴 정말 리얼 포레스트! 가끔 곰도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아.....-ㅁ-) 일어나라는 종이 울리고, 곧이어 나무로 만든 허름한 이층침대가 삐걱대는 소리, 낙서와 거미줄로 가득한 천정 위에서 짖어대는 새소리, 그리고 바로 옆에서 .........영어영어영어영어 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것도 매일 들으면 그냥 BGM으로 들린다. 6월이라고 해도 미시건 호수가 바로 옆인 숲 속이라 무지하게 추웠다.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 애니처럼 정글에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반장격인 EB가 내게 스웨터와 블랭켓을 주었다. 옷 5겹을 입고 3겹의 담요를 덮어도 덜덜덜덜...... 캠프장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