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던 캐빈


나무로 만든 캐빈에 짐을 풀고 누우니 청솔모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사슴이나 스컹크도 새벽녘에 풀을 뜯어먹고 간다. 여긴 정말 리얼 포레스트! 가끔 곰도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아.....-ㅁ-) 


침대에 담요 깔고 잔다


일어나라는 종이 울리고, 곧이어 나무로 만든 허름한 이층침대가 삐걱대는 소리, 낙서와 거미줄로 가득한 천정 위에서 짖어대는 새소리, 그리고 바로 옆에서
.........영어영어영어영어

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것도 매일 들으면 그냥  BGM으로 들린다.

6월이라고 해도 미시건 호수가 바로 옆인 숲 속이라 무지하게 추웠다.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 애니처럼 정글에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반장격인 EB가 내게 스웨터와 블랭켓을 주었다. 옷 5겹을 입고 3겹의 담요를 덮어도 덜덜덜덜......

읍내 나가는 길


캠프장에는 ABCDE 시즌으로 나눠 2주씩 아이들이 온다. 아이들은 약간 고가의 캠프비를 낼 수 있는 교수나 맞벌이 부부의 중산층 아이들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일년동안 방치해 뒀던 통나무집들을 청소하고, 페인트칠하고,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지나다닐 수 있도록 숲속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스태프들의 첫번째 임무였다. 아직 각 지역과 나라에서 스태프들이 오고 있는 중이어서 미리 도착한 우리들이 해야했다. (젠장! 좀 늦게 올껄~)

식사시간


나와 멕시칸인 Eric 빼곤 다 미시건 토박이들이었다. 다들 이 캠프 출신인지 서로 엄청 반가워했다. 다들 이곳에 향수가 남아 있는 듯 했다. 자세한 건 알아듣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 원어민들의 대화속도는 노홍철 저리가라였고 식사 후엔 미국의 사회 정치 경제에 관한 퀴즈맞추기를 하는데ㅠ 난 체할 것 같았다. (걍 브리트니나 팀벌레이크 얘기 하면 안되겠니..)

말에 농담이 반인 알렉스라는 녀석이 말을 걸어도 그냥 히죽...ㅠ. 자막 없는 영화보면서 남들 웃을때 싱크 맞춰서 나도 히죽...... 24시간 응급대기조마냥 귀를 세운 긴장상태로 지내야 했다. 비록 손은 낙엽을 쓸고 있더라도.


낙엽쓰는거, 까짓것 한시간내로 해치워주지! 라고 했는데....낙엽이 이렇게 무거운지 몰랐다. 갈퀴라고 불리는 것도 처음 만져보는데 끝없는 숲속을 정리하고 있자니 내가 이제껏 얼마나 고운 환경에서 자라왔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페인트칠중


난 EB를 졸라 읍내(?)로 나가기로 했다. 한 30분쯤 달리면 frankfort라는 읍내가 나오는데, 편의점이나 마트같은 문명과 조우할 수 있었다. Glen's라는 마켓에선 내 엉덩이만한 치즈를 팔고 있었다. 이 마을엔 레고마냥 직사각형으로 은행, 도서관, 옷가게, 하루에 1편만 상영을 하는 영화관 등이 있었다. 난 EB에게

"여기는 에드워드 씨져 핸즈(가위손)에 나오는 전형적인 미국마을같아. 나름 미국영화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런 마을 보니까 엄청 낯설다~"
"홋홋홋 그래? 난 여기 자주 와서 잘 모르겠어:"

그리고  EB는 저녁식탁에서 내가 한 말을 꺼냈고 다들 모두 자지러졌다. 도대체 왜 웃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같이 좀 웃자.......

식사도 셀프서비스


그래도 착한 나는 이들을 위해 김밥과 불고기를 만들어줬다. 여기선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한다. 외국에서 온 스태프가 식사담당이 되면 그나라 음식을 맛보길 다들 기대한다. 김밥은 어떻게 말았냐고? 여기 캠프 주인은 부부인데 여사님이 아시안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김밥이란걸 만들려고 하는데요, 뭐 이것저것 넣고 요렇게 말아가지고..."
"아! 마끼!"
"아? 그런 일본꺼구요 한국은 김ㅂ...
"있어있어~마끼 마는 대나무 채~ 쿄쿄쿄쿄쿄."
"아 에......-_-"

조금 억울했지만 용케도 김밥말이를 빌려서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부실한 속과 쌀로 인해. 정확히는 생전 처음으로 만들어본 나의 저질 실력으로 인해 이렇게 선보이게 되었다.

아 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