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미국 친구들과 즐긴 마니또놀이
    디자이너의 여행/미시건 int'l camp 2009. 1. 30. 18:53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6월의 서울은 찌는 듯한 여름이지만 미시건 주의 숲속은 달랐다.
    바다만큼 넓은 크리스탈레어 호수가 곁에 있어서인지,
    덥기는 커녕 한낮에도 사시나무 떨듯이 추위에 시달려야 했고
    나는 항상 EB의 스웨터를 빌려 입어야 했다.

    7월 말쯤, 숲속에도 더위가 찾아왔다.
    힘든 하루일정과 스트레스로 스테프들의 불쾌지수는 높아지고, 번번히 트러블이 일어났다.
    스테프 회의가 열렸고, 내가 제시한 것은 "마니또 놀이"였다.

    미국 표현으로 하자면 "SECRET FRIEND".
     
    자신의 마니또에게 2번의 선물을 주고, 
    다음다음 스테프 회의때 마지막 선물을 주며 자기 정체를 드러내자는 계획을 세웠다.  
    내가 선물을 줄 사람은 미시건 토박이인 Shannon이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서, 내가 뭘 주든 눈치를 챌 것 같았다.
    그래서 비즈를 이용해 직접 만든 발찌와 그녀가 평소가 갖고싶어했던 내 비녀,
    마지막으로 -내가 누군지 알아도 할 수 없지만- 전통 헨드폰 고리를 주었다.

    나의 마니또는 누군지 끝끝내 몰랐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녀는 Camp Director 인 Kathy의 친구로,
    Camp엔 가끔씩만 들리는 자문역할의 Cindy였다. (이러니 내가 알 수가 있나;;)
    나이는 지긋하지만 성격이 쾌활해서, 항상 웃는 얼굴인 그녀였다.

    처음에 내가 받은 선물은 미시건에서만 나는 돌과 석영 같은 예쁜 돌을 구리선 등을 이용해 감은,
    세 가지의 목걸이 펜던트였다. 하얀 봉투안에 들어있어서 더 빛나보였다. 편지에는 직접 만든 것이라고 써 있었다. 

    두번째로는 비누였다. 처음엔 Vanilla~뭐라고 써있길래 초콜렛인줄 알았다.
    너무 커서 어떻게 다 먹지? 하고 고민하면서 자세히 뜯어보니, 바닐라빈으로 만든 천연 솝이었다. :)
    그녀는 깔끔한 친필로, 미시간에서의 추억이 예쁘게 남았으면 좋겠다고 적은 편지를 동봉했다. 

    누군지는 몰랐지만 이런 멋진 선물을 받고 나니 Shannon한테 이만큼의 정성을 보여주지 못한것이 미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스테프 회의 당일날, 나는 Cindy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내가 눈치를 채지 못한것에 안심하면서도 약간은 섭섭한 눈치였다.
    나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며 양 볼이 빨갛게 돼 버렸다.

    그녀는 내게 마지막 선물로 왠 스티로폼 그릇을 주었다. 열어보았더니, 김치였다!>ㅁ<
    그 동안 100% 미국 음식만을 먹으며 탈이 나서 응급실에 가고, 한국의 음식을 그리워할 나를 생각해서,
    Asian restaurant에 가서 직접 얻어온 것이었다. 나는 감동에 목이 메여서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지만,
    나의 그렁그렁한 눈이 내 마음을 전해줬을 것이라 생각한다...





    ---------------------------------------------------------------...........
    2년이 지난 지금껏 아까워서 쓰지도 못한 이 비누를 발견하고
    그때일이 생생하게 기억나버렸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