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일찍 카타콤베로 향했다. 나름 일찍 갔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10시가 넘은 후라 카타콤베 주위에는 이미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남의 머리뼈를 보겠다고 줄 선 사람들이 이렇게 많단 말이지...? 카타콤베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해골을 좋아한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나처럼 ㅋㅋ 괴상망측한 취향의 고스족들이 올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나름 평범한 관광객과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좀 의외였다. 참고로 나는 고스족이 아니다. 




앞서 있던 사람들이 프랑스 사람들의 주식으로 보이는 '바게트에 햄만 달랑 끼워넣은 샌드위치'를 먹자, 뒤에 있는 우리도 참을 수 없는 식욕이 몰려와 빵을 사다 먹기 시작했고, 우리 뒤에 사람들도 슬그머니 비닐봉지에서 빵을 꺼냈다. 서서 먹는 릴레이 점심식사 시작...! 이건 바로 길건너에 있던 Paul (베이커리)에서 산 머쉬룸 키쉬와 카눌레. 그렇게 무덤 위에서 우리는 장장 1시간을 기다렸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 안내표지판이 있었는데 지도를 자세히 보면 다시 입구(Entree) 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 멀고 먼 출구(Sortie)로 나가게 된다. 그리고 인당 8유로를 내고 14도의 서늘한 지하통로를 2km쯤 걷는데 대강 45분쯤 걸린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다시 카타콤베로 기어들어가고 싶다. 



동굴은 길고 어둡고 축축하고 미로같았다. 돈내고 이런곳에 들어오다니, 인간이 하는 행동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강박적으로 반듯하게 쌓아놓은 정강이뼈와 해골무덤을 보려면 한 2-30분은 들어가야 볼 수 있다. 그 전까지는 베르사이유 장미(만화)에서 볼 수 있는, 반군들이 헐레벌떡 도망다녔을법한, 미로같은 지하 통로들을 구비구비 걸어야 한다. 어찌나 해골이 많은지 처음에는 경악하다가 나중에는 보다보다 지쳐서 해골에게 말을 거는 시점이 온다. 하지만 못알아들을 것이외다. 이 해골들은 made in france니깐...



반군들이 심심했던지 지하 동굴에 예술혼을 불어넣은 흔적들이 간간이 남겨져있었다. 미니 건축물을 만드는가 하면 해골을 정리할때 해골이 하트를 만들도록 정리한 곳도 있었다. 해골들이 건의했었는지 벽면에 조용히 지나다니라고 써놓은 팻말도 있었다. 카타콤베는 터키에도 있다고 하는데, 지하에는 온도, 습도가 잘 유지되는지 해골의 상태들도 무척 좋았다. 하나 가져가도 모를법하게 많았지만 설마 그런짓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는 표정들의 죽은자들을 보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다시 지상의 현세(?)로 돌아올려면 끝도 없는 원형의 계단을 올라와야 하는데 무척 현기증이 난다. 다들 너무 힘든지 말은 못하고 헉헉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지는게 매우 웃겼다..."이 계단 끝이 도대체 어디야!" 하고 화가 날때쯤 지상으로 올라오게되는데, 쇼생크 탈출하듯 눈부심에 비틀거리는 내 앞에 있는것은 해골숍...그리고 앞서 언급했지만 출구는 매우 엉뚱한 곳에 있다. (입구로부터 45분 거리의 somewhere..) 해골을 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분에게만 카타콤베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