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트적인 취향이라고도 할수있겠지만 나는 파리에서 인형가게를 들락거리다보니 '인형극'이 보고싶어졌다. 파리 시내에서 주말 인형극을 하는 곳은 두군데, 뤽상부르공원 인형극장과 샹드마르스 인형극장이다. 나는 뤽상부르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3시쯤부터 인형극장 주변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인형극장 주변은 온통 어린이들뿐이라 왠지 내가 훌쩍 커버렸지만 아이들세계에 미련을 못버린 마이클잭슨이 된 기분이었다ㅜㅜ





기다리기 지루하여 사먹은 아이스크림이 위에서 소화될 때쯤, 그러니까 3시 40분쯤, 극장 현관에 붙은 시간표에는 3시 45분부터 표를 끊는다고 써있지만 마치 오늘은 절대 인형극을 안할듯이 문이 굳게 잠겨있었고 티켓부스에는 먼지만 나뒹굴었다


'이런..다른 주말 일정을 포기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티켓언니 기분에 따라 열고닫진 않겠지..여긴 선진국 프랑스니까 말!!!! '


하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들도 '이건 여는거야, 안여는거야?'라는 얼굴로 극장앞에 왔다갔다를 반복하니까 차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불안감이 해소된 때는 꼭 인형극에 나오는 인형처럼 볼이 빨간 언니가 후다닥 티켓부스로 들어갔고, 내가 4유로 70센트를 언니 손에 건네고 그 언니가 내 손에 작고 예쁜 표를 쥐어주면서 Have a good time이라고 말해준 순간이다. 나는 삐그덕대는 나무의자에 겨우 자리를 잡고 주위를 둘러봤다. 앞 5줄정도는 아이들만 앉게 되어있고, 아이랑 같이 앉고자 하는 어른들은 뒷쪽의 아이들을 위해 양 사이드에 앉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는 아이를 둔 학부모인양 8열 가장자리에 앉았지만 왠지 아시아사람은 거의 없어서 눈에 띄는 것 같았다. ㅠ 

 


이윽고 불이 꺼지고, 다른 시간대의 제목을 잘못 읽고 들어간탓에 '아기돼지 삼형제랑 내용이 너무 다르잖아...?' 라고 5분쯤 생각하다가 이건 'Le Cirque 서커스' 이라는것을 깨달았다. 나름 고퀄리티 인형극이었다. 붉은 커텐이 열리고, 알록달록한 조명이 반짝이면서 흑백영화 BGM같은 빅밴드 음악이 흘러나왔다. 예쁘고 세심하게 만들어진 인형들과 무대가 지루할 틈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나는 넋을 잃었다. 관객석의 아이들은 인형들이 마치 살아있는듯이, 손짓발짓을 해가면서 박장대소를 했다. 동심의 세계란..(ּᴗ̂)*  어쨌든 '파리의 낭만' 이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키덜트적인 관점임-ㅅ-)  





어른들에겐 향수를, 어린이들에겐 어린시절의 즐거운 기억을 선사하는 요런 인형극이 도심 공원에서 열리다니, 정말 멋지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런 아기자기한 공연을 만들어보고도 싶고,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서울의 공원에서 이런 인형극이 많이 열어주었으면,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 학원에서 공부만 할게 아니라 주말에 엄마아빠와 이런 문화를 많이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