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couver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외국에서 영화보기는 처음이다.
장양과 나, 둘다 영상을 전공한 이상 이런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이 의무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제를 하는 기간(10/1-16)에 밴쿠버에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어쨌든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장양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운타운의 두 군데 영화관을 돌아다녔다. 고심하며 영화도 골랐다.
마더를 비롯한 한국영화도 8편이나 됐지만 여기까지 와서 한국영화를 볼 순 없지 않은가.




우리의 초이스는, Howe(at Helmcken) 거리에 있는 Pacific Cinematheque에서
Pinprick 이라는 헝가리/영국
영화를 보는 것. 시놉도 봤지만, 언제 헝가리 영화를 볼 수 있겠나 싶어서 골랐다.
평일 6시전까진 $8에 볼 수 있어,  재빨리 표를 끊고 입장했다.
이 곳의 상영관은 오로지 1 관뿐, 빨간 좌석은 앉으면 푹 꺼지고, 핫초코는 밍밍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영화를 보는데 문득 이상했다. 흑흑...한글자막이 없는 것이다. 영어듣기 하는 셈 치고 보았다.

Pinprick 은 '성가시게 굴다' 란 뜻이다. 부부는 별거중이고, 엄마와 사춘기 소녀가 사는 집에 왠 스페인계 몸짱 남자가 숨어들어온다. 그가 하는 일은 그저 딸의 옷장에 숨어살며 딸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 서서히 딸은 그에게 남자로서 관심을 갖게 되나, 이 남자는 딸 보단 그녀의 엄마를 더 원한다. 그는 부인이 원하는 것을 몰래 파악한 후, 여행객으로 변장해 그녀에게 접근하고 공식적으로 집에 머무른다 . 딸은 그런 그를 보며 괴로워한다. 자신이 외간남자를 들였다는 사실을 남편이 알게되자 부인은 딸과 연합해 이 남자를 쫓아내기로 결심하는데, 이 남자는 한마리 비스트-_-;가 되어 절대 나가지 않으려 한다. 엄마와 딸은 공포에 질려 그를 제지하고, 마침 남편이 와서 그들을 구해준다. 가정이 다시 평화를 되찾으려 하는데, 남편은 모종의 거래를 한 듯한 뉘앙스로 그에게 뭔가를 건내고 그를 어딘가로 쫓아낸다. 반전이 담긴 결말.



한시간 반짜리 영화라 지루하지 않아 재미있었고, 다행히 영어 자막이나마 나와서 대충 감 잡으며 봤다.
끝나고 우린 식당으로 이동, 섭식을 하며 이 영화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토론했다.
이건 정말 단순한 가정사냐, 아니면 딸의 옷장에 숨어사는 몸짱 남자라는 요상한 설정으로 볼 때
뭔갈 상징하는 게 아닐까 등등을 떠들면서 말이다


벌써 28회째를 맞이한 이 영화제는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세르비아 등 낯선 나라의 영화까지도 포용하며
시민들의 취향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정부가 독립영화관을 매수하여 시민들의 볼권리를 위협하는 현 울나라 영화계의 실정과는 사뭇 반대되는지라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