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러로 가는 길은 올림픽을 맞이해 도로가 새로 뚫리고 잘 포장되어 있다.
코키틀람에서 출발, 갈길은 너무 멀다.
캐나다가 미국와 국경을 마주한다는 사실을 깜박 잊었다.

굽이굽이 광활하게 뻗은 도로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중간에 지나치기 아까운 곳들에 들렸다. 바로 앨리스 호수 Alice lake와 브랜드와인 폭포 Brand wine water fall, 그리고 밴쿠버의 전역이 내려다 보이는 밀리언에어들의 동네를 들렸다.

1. 앨리스 호수 Alice lak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책을 읽다 졸 것만 같은 잔잔한 호숫가, 앨리스 레이크.
캐나다엔 2백만개 이상의 호수가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인 앨리스 호수는 작고 평화로운 곳인데, 그만큼 구태여 가기도 힘들다. 호수 주변엔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접이식 의자에 앉아 뭔가를 주섬주섬 까먹거나, 산책을 하고 있었다. 밥 로스가 덤불에서 나타나 붓을 탈탈 털것만 같은 이 그림같은 산 풍경,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에 마음을 홀랑 뺏겨버렸다.



2.
브랜드와인 폭포 Brand wine water fall

아저씨가 산기슭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폭포를 보려면 좀 걸어야해~허헛"
아무도 감시하지 않지만 다들 알아서 주차비를 내는 이런 주차장이 한국에 있다면?
열명이면 열명 다 주차비 안낸다에 올인.................
  

브랜드 와인 폭포가 가까워지자 살얼음같은 추위가 느껴졌다.
캐나다인이라면 콧방귀를 꼈을지도 모를 작은 폭포일지 모르나,
내가 볼때 여긴 호수건 폭포건 스케일이 무척 크다.
고개를 90도로 꺾어야 저 멀리 산꼭대기에서 물줄기가 일자로 주욱- 말그대로 주욱-내려온다. 판타스튁!


이제 본격적으로 휘슬러로 출발. 오래된 이끼들로 그 역사를 말해주는 산 바위들과 아직 눈이 채 녹지않은 산 봉우리, 그리고 태평양 바다를 안고 들어온 만들이 차창을 스치고 지나간다.

주위엔 엄청나게 큰 자연 뿐이어서, 인간의 존재가 너무 작게 느껴진다. 한번쯤은 이런 인간이 없는, 고대 자연에 폭 파묻히고 싶었다. 복작복작한 서울, 사람 많은 것에 질렸었는데, 계속 자연을 보고 있자니 인간이 그리웠다. 이상한 일이다.


3. 휘슬러, 휘슬러!

장양과 할로윈데이를 맞이한 호박


Black Comb(검은 빗? ㅋㅋ) 마을은 사람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다. 마침 마을 장이 열려있어서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아담하고 예쁜 이곳의 첫 느낌이 무척 좋았다. 수제 초콜렛을 나눠주는 맘씨 좋은 아저씨와, 그 앞에서 초콜렛을 달라고 조르는 귀여운 아이들, 길거리 악사 노래에 맞춰 자신의 봉고를 두드리는 여유로운 야채장사 할아버지, 무뚝뚝한, 그러나 손재주가 좋으신 악세사리 장사 할머니 등등...


이 마을 바로 옆에 휘슬러가 있다. 스키로 유명한 곳이지만 지금은 눈이 별로 없어, 사람들은 깎아지른 절벽에서 신나게 산악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후덜덜)

우린 HOT BURN BAKERY로 이동해서 여러 크레페를 맛보았다. 기대와는 달리 어둡고 낡은 가게였다. 크레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만 추천!


메뉴판엔 분필로 이렇게 씌여있었다.


1.
소시지 & 치즈 ... 9 달러
2.
메디테리아닌 (검은 올리브, 버섯, 시금치, 치즈 등..) ... 8.50 달러
3.
텍스 웨쿠스 (닭고기, 피망, 붉은 양파, 블랙빈즈, 치즈, 스파이시마요 등..) ... 10.00 달러

1번과 3번 추천!  양은 모두 좀 적어 간식으로 먹기에 적당하고, 수수한 맛이 느껴진다. 메뉴는 계절마다 조금씩 바뀌는 듯. 카푸치노와 시나몬 롤도 인기라고.

휘슬러에는 불이라도 나면 하나도 남김없이 타버릴 듯한, 비슷비슷한 목조건물이 늘어져 있다. 가게는 브랜드, 로컬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어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한국인들에게 매력이 있을만한 가격&질 품목은 별로 없는듯? 금새 흥미를 잃고 구석에 있는 서점으로 향했다. 책값은 꽤 비쌌지만 멋진 책이 가득한 서점이 제일 맘에 들었다. 유명한 관광도시라 그런지 휘슬러는 Black comb과는 달리 그닥 친절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마을분위기가 멋지다. 다음엔 스키타러 왔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