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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공짜로 가봤니? -미국 병원 순회기-
    디자이너의 여행/미시건 int'l camp 2009. 6. 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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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의 화장실

    나는 장장 한시간 반동안 눈물을 흘리며 변기에 앉아있었다. 타지에서 아플수도 있지만, 왜 하고많은 병중에서 쪽팔리게 변비가 걸린단 말입니까! 낮선 환경에서, 그것도 한국에선 잘 먹지않던 빵, 치즈, 고기, 우유를 줄창 먹은게 탈이었다. 나는 일단 사전을 뒤져 '변비' 라는 단어를 외웠다. 캠프 주인 캐티에게 노랗게 뜬 얼굴로  "변비입니다." 라고 고백했고 난 로컬 닥터에게로 보내졌다.

    거기서부터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난 정말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대체 똥이 영어로 뭐였더라? ....shit? 그럼 똥을 못싸겠어요ㅡ는? "I can't.... shit.." ? 흑흑! 의사는 잘 못알아들었고 나는 감히 의사분에게 약간 욕을 한 셈이 되었다. 장장 10년동안 배운 영어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소변, 생리, 방구, 트림, 위, 장, 항문 등등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를 왜 학교에서 안가르쳐줬던 걸까!

    나는 일단 바디랭귀지와 저질 단어로 뜻을 전달했고 나의 배를 이리저리 눌러본 로컬 닥터는 인상을 쓰며 큰 병원의 응급실로 당장 가야한다고 했다.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된거 아닐까? 난 그냥 변비라구요! 그냥 똥을 좀 묽게 해주시는 약 주시면 안될까요?

    하지만 미국은 원칙주의의 나라였다.
    난 단순 변비였고 변을 누고 싶어 까무라칠 정도였지만 응급실에 입성하기 위해 오만가지 절차를 밟아야 했다. 병원을 폭파시키고도 싶었지만 한국인의 정신력으로 조용히 버텼다. 사실 내 수술대 옆에는 교통사고로 피가 철철 흐르는, 나보다 더 심한 상태의 여자가 실려왔었다. 하지만 의사는 그녀에게 대뜸 "오늘 날씨 좋죠? 지금 기분은 어때요?" 라고 천진하게 묻고 있었다. 당신같으면 지금 기분이 어떻겠소?라고 묻고싶을만큼 참 여유로운 미국 의사들이었다. 나는 지금으로선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장세척을 밤세워 한 끝에 말끔히 변을 해치웠고 녹초가 되어 아침에서야 캐티네 집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병원비가 걱정되었지만 보험으로 처리되어 만원의 치료비만을 내면 되었다.

    캐티네서 샤워를 하며 천정을 올려다보니 곧바로 하늘이 보였다. 케티가 직접 설계한, 무척 아름다운 욕실 구조였다. 장을 비우니 모든 세상이 아름다워보였다. 케티는 나를 위해 밤을 새워주고, 아침엔 사과주스와 야채를 가득 넣은 빵(-_-아아..또 빵..)을 주었다. 나이가 많고 사려깊은 그녀는 아는 사람 하나없는 타지에서 고생하는 내 입장을 이해해 주었다. 그저 상사일 뿐인 그녀가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는 생각에 너무나 고마웠다. 나는 캠프 시즌 마지막에 작은 병풍을 그녀에게 선물했다. 그녀는 동양적인 것을 참 좋아했다.

    캠프로 돌아가니 다들 막 식사를 하기 전이었다. 내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들 나를 보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브라이언은 식탁위로 올라가서 환호성을 질렀다. 난 너무나 뜻밖이라 눈물이 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갔고 못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졌던 것이다. 다들 나의 복귀를 진심으로 반겨줬다. 물론 ......병명은 아무도 몰랐다.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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