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전 11시의 에딘버러.
에딘버러 성까지 걸어가는데 강풍이 넘 불어, 애꿎은 우산 하나가 몸부림을 치다 꺾어져버렸다.
언덕 위의 에딘버러성은 음침한 하늘과 어우러져 마치 드라큐라 백작 성♥ 같다.
길도 잃고 언덕 주변을 헉헉거리며 돌다가 지쳐쓰러질 무렵 겨우 성의 대문을 찾았다. (전부 언덕길 아님 돌계단 뿐..) 


리셉션의 훈훈한 청년은 살인미소를 날려서 나의 체력을 완충시켜주었고
나는 입장료(어른: £13 )를 순순히 내어주었다.
육중한 철문을 지나, 드디어 성의 내부로 들어간다.
처음엔 본의아니게 중국인관광객 떼 속에 섞여 다녔으나,

이들이 'NO PHOTO' 라고 크게 씌여있는 유물 앞에서 플래시를 여러번 터뜨린 순간부터 그들을 멀리 하였다.  



긴 세월동안 에딘버러 시내를 지켰던 이 곳은 생각보다 넓고, 동선이 나선형이다.
성벽을 따라 대포가 보이고, 에딘버러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스카이뷰~도 선사한다. 
성벽 앞에는 구 지도와 신 지도를 같이 놓아 시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기프트숍과 카페, 북스토어도 입구와 가까이 있다.
오디오 가이드는 유료인데 (£ 3.5) 일본어, 중국어는 있으나 한국어는 없다.
이 도시는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서비스 할 수 없을 정도로 경기가 안좋은가? 
 





전쟁에 관련된 뮤지엄이 3군데를 먼저 보게 되며, 성 중앙에는 지하감옥인 던전과 기념관, 예배당 등이 자리해 있다.

National War Museum of Scotland를 비롯한 세 군데의 전쟁 박물관은 스코트랜드인의 애국심과 정체성을 고취시키려는 노력이 절절히 보였다. 복색을 따로 다룬 박물관과 전쟁 카툰들이 흥미로웠으며, 계단을 따라 시대별 전쟁 연도를 기록해 놓은 디자인과 스테인드 글라스들이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이 곳은 잉글랜드 역사와 얽히지 않은 독자적인 역사를 강조하면서 관광객에게 물건을 팔 땐 '우리는 모두 영국'이라며 영국의 유명세를 적극 이용한다는 느낌도 있었다.



일단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인 지하감옥.

던전입구와 던전


돌계단을 내려가자 스피커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고, 퀴퀴한 냄새와 함께 그림자로 죄수들의 형상을 보여준다. 그들이 쓰던 침대가 남아있고, 식사나 체스판 등을 재현해 놓았다. 심지어 나무문도 전시해 놓아서 당시의 감옥을 생각할 수 있었다. 꽤 잘 꾸며놓아서 만족스러운 감옥 구경이었다.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Great Hall은 시대극을 찍어야 할 것 같은 난로와 양철갑옷을 입은 병정들,
당시의 총, 칼들이 전시되어
있다. 구석의 어두운 곳에 마주보고 앉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어 쉴 수 있는데,
운치가 있는 장소라 이 성 안에서 가장 내 맘에 드는 장소가 되었다.


아쉽게도 Royal Palace 내부는 공사중이어서 보석과 왕관들을 보지 못했당.ㅠ 
대신 웅장한 Scottish national memorial war 건물 내부를 구경했다.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마지막으론
The Honours of Scotland에 들려 시대별 귀족들을 마네킹과 벽화,
팝업같은 종이인형으로 구경했다. 독특한 색감의 그림들과 두상, 인물화가 흥미를 돋게 했다.




나오는 길에 성 근처에 킬트 공장과 선물가게 몇 군데를 구경했다. 어디나 그렇듯 난 선물가게가 더 재미있다.
선물가게는 크고 기념품 종류가 많았다. 웃기는 장난감도 눈에 띄었다. (바이킹의 모자 등) 
스코틀랜드 초코렛 과자와 에딘버러 성 마그넷 등 기념품을 사고 킬트 공장을 구경하러 갔다.

기계들이 돌아가며 킬트를 짜고 있고, 마네킹들을 동원해 킬트 짜는 모습을 재현해 놓는 등

넓은 공간을 재밌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나라도 한복이나 베 짜는 걸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재미있을 듯.)
킬트 뿐 아니라 니트류의 옷도 많이 팔았는데 분홍색 모자+장갑세트가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는..


냉장고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