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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광고, 레드카드다.
    그 여자가 사는 법/먹고사는이야기 2009. 5. 2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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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을 읽다가 이런 지면광고를 발견해서 찢어버리려다가 참았다^^ 여자아이가 점프하고 있는데, 그녀의 롤모델로 내세워진 위인들은 모두 백인에, 남성이었다. 제 2의 힐러리라든가, 제 2의 박경리, 제 2의 마더테레사, 제 2의 공리...수없이 많은 여성명사들을 제치고, 왜 단 한사람의 동양인이나 여성도 이자리에 없는지 어이가 없었다. 또한 6명의 예의 직업을 따져보면 과학자, 영화감독, 조각가, IT관련 CEO, 의사 겸 소설가와 같이 남성지배적인 직업군의 사람들이었다. 이 광고가 아무런 의심없이 많은 사람들의 눈에 오르내리고, 은밀하게 남성 우월적인 패러다임이 유지될 생각을 하니까 참을수가 없었다. 특히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논술을 대비해서 신문을 많이 보는데, 여학생들이 이 글귀를 보고 자신의 롤모델을 한국 여성이 아닌 먼나라의 남성으로 삼기가 더 쉬울 것이다. 몇년 뒤 성인이 된 그녀들이 자아실현 과정에서 혼란을 겪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나의 예를 들어보면, 어릴적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당신이 존경하는 영화감독은 누구입니까? "하는 질문을 받으면 한참을 생각했다. 막연히 '히치콕인가? 왕가위? 스파이크 리...?'하고 망설였을뿐. 나는 되도록이면 나와 같은 성별의 누군가를 찾고 싶었지만, 오랜시간 찾지 못했고 그 빈자리는 항상 남성 감독의 몫이었다. 한국 여성이 영화감독 되는 일이 남성이 영화감독 되는 것보다 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는 여전히 롤모델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열정을 찾아보려다가 종종 길을 잃는다.

    이 혼란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성인 내가 여성을 폄하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여성은 이성적이기 보단 감성적이고, 그래서 논리적이지 못하고, 그래서 가치없다는 남성적인 논리가 내 안에 각인되어 여성감독이 그려낸 무엇인가를 색안경을 쓰고 보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이 여성을 폄하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동성의 롤모델을 찾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뿌리깊은 여성 폄하적인 발상을 제거하기까지 또다른 노력이 필요했다. 남성은 트랜스젠더가 아닌 이상 이런 혼란을 겪지 않는다. 왜 여성만이 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빌클린턴에겐 케네디라는 롤 모델이, 엘라니스 모리세트에겐 마돈나가, 주성치에겐 이소룡이 있었다. 한국 여성에겐 어떤 롤모델이 있을까, 그리고 한국의 미디어는 이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주고 있을까? 이 광고에서 나타난 남성 지배적인 직업을 따져보면 여성이라고 해서 못할게 없는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예로 든 사람들 봤지? 이런건 남성들이 해야 잘할수 있는 일이니까 여성인 넌 꿈이나 꾸다가 포기해." 라는 패러다임이 내재되어 있는 듯 하다.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어느 순간 여성 자신이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을 보게 되는 아이러니한 사태가 발생한다. 사방팔방에서 ‘남성이 우월해!'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있지만, 발견즉시 레드카드를 보내자. 이들을 경계하자. 그리고 여성이라면 꾸준히 여성 롤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P.S. 다시봐도 이 공사 광고 정말 에러다. 한국 남아들도 양키 본받으라는 건가? 저 직업군의 한국 남자 인물만 해도 안철수, 황우석, 백남준, 박찬욱, 봉준호, 임권택, 이외수,.....많고도 많은데....'새로운 미래'라는게 '사대주의적 미래'라는건지 진짜 알수가 없다. 퇴장이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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