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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 초청강연회
    그 여자가 사는 법/먹고사는이야기 2009. 5. 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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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ORI EKUNI & HITONARI TSUJI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몇권 읽었지만,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 소설 특유의 스타일인 스토리보다는 현장 묘사, 해피엔딩보다는 생 날것 같은 새드엔딩이 많기 때문이다.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왜 이런 글을 쓸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강연회를 듣고 나니 의문이 좀 풀렸다.



    09년 5월 14일, 이대에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왔다.

    둘 다 포스터보다 나이가 많이 들어보여서 처음엔 깜짝 놀랐다. 


    츠지 히토나리는 유머러스하고 친한국적이면서도, 한일 역사에 대해 미묘한 입장을 취했고


    에쿠니 가오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 같았다. 그녀는 내성적인것 같으면서도


    소설에 관해 말할 때는 진지한 열정을 드러냈다.


    에쿠니 가오리는 자신이 소설을 쓰는 이유가 책의 모양이나 독서를 하는 과정의 세세한 느낌이 좋아서라고 했고, 언어를 좋아해서라고도 했다. 굉장히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무엇'에 관해 쓰기보다는 '어떻게' 쓸까를 고민한다고. 또 자신의 소설이 스스로도 재미 없는 글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에 놀랐다. 메세지성이 없는 글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기 색깔을 고집하는 듯 했다.


    10년 전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쓴 '냉정과 열정사이'처럼 이번에도 두 사람이 같이 '좌안','우안' 이라는 소설을 썼는데 그녀가 쓴 좌안의 한 부분을 낭독했다. 일어로 들으니 확실히 다른 느낌이 났다. 나는 두 가지 의문이 있었는데 하나는 왜 외국 생활을 하는 일본인을 많이 그리는 걸까 하는 것과, 그녀가 20대에 무엇을 했는가 였다. 첫번째 물음에 관해 그녀는 "외국에서 몇년씩 살다 들어왔다 하는 삶은 지금 도쿄에 사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의 일상" 이라고 답했다. 외국생활을 하는게 당연하다는 듯 담담히 말하는 그녀의 대답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두번째 물음은 이 강연회때 듣지 못해 따로 인터뷰를 찾아보았다.(http://www.bitslounge.com/a00_interview/2003/1105_ekun.html그녀는 24살에 1년간 미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데, 영어를 잘 하진 못했지만 한 선생님을 만나서 많은 얘기를 나눈 것이 인상깊었다고 한다. 25세까지도 계속 다른 직업을 찾고 있었던 그녀는 출판사에서 근무를 하기도 하고, 어린이 영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도 있었지만 가르치는 것은 잘 하진 못했다고 한다. 그녀도 이만큼 유명한 소설가가 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고 지내온 듯 했다.  

     

    싸인공세를 받는 두 분

    츠지 히토나리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이 사람이 특히 흥미로웠다. 15년만에 다시 밴드를 결성했다고 하면서 야성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영화감독도 한다고 한다. 박학 다식한듯 했고 여러가지에 호기심을 보여서 열린 마음을 가진 듯 했다. 
    윤동주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윤동주를 존경하면서도 자신의 작품 안에서 윤동주를 발견해주는 팬에게 감동한다고 했다. 연대에서 윤동주에 관해 강연한 후 한 학생이 자기 책이 아니라 윤동주 시집에 싸인해달라고 내밀었을때 기분이 좋았다고. 윤동주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은 좋지만 일제시대 때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일본과 한국은 과거와 역사를 넘어 화합해야 한다.'하는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이런 말은 일본이 사과 한 후에 한국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그러면 제 2의 입치로가 될 수 있다. 
     

    아무튼 츠지 히토나리의 망언 때문에 잠시 싸해진 것 빼고는 훈훈한 강연이었다. 여러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재밌게 사는 츠지 히토나리를 보고,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한국에는 이런 삶이 그리 흔하진 않으니까.
    에쿠니 가오리를 보고 자기세계가 뚜렷한 사람이 그 세계를 표현한다면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에쿠니 가오리는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나만 왜 잘하지 못하지? 난 남들과 달라." 하는 자기왕따식 생각을 했다는데 이런 '마음의 병'이 그녀만의 스타일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분명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확실한건 자신의 창작물에 공명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하다는 것
    .
    반짝반짝 빛나는 오후 3시에 발견한 인상깊은 강연이었다. 




    * P.S.
         우안과 좌안


    이번 강연회에서 홍보하고 있는 좌안과 우안이란 책은, 이 두사람의 말을 빌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다른 환경에서 커온 두 인간이 만나서 연애를 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여러가지 관게를 맺고 사는데, 이런 사람과 사람 가운데에는 강이 하나 흐른다고 한다. 강 저쪽편에서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이 두사람이 나눠 그려본 것. 전작들보다 더 깊어진 통찰력이 들어있을 것인지, 한번쯤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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