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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써트 hongcert - 런던에서 온 편지 관람 후기그 여자가 사는 법/먹고사는이야기 2015. 2. 9. 16:40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영국에 미스사이공 작품을 하러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당분간 한국에서 그의 작품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무척 섭섭했다.
샤롯데 지박령에서 탈출하는 그에게 있어 매우 좋은 기회기에 한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킬앤 하이드 포스터를 길거리에서 볼때마다 아려오는 내 가슴을 어쩔꾸야~~
(저 홍빠 아님)
그런 그가 저번주 금/토/일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잠시 영국에서 들어온 모양이다.
뮤지컬 배우가 단독 콘서트라니 상상도 못했는데, 홍광호의 티켓파워는 올림픽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증명해 주었다.
내가 간 것은 막공!
1. "왜이렇게 얼어있어요?"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
연예 뉴스나 예능에서 자주 보는 연예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한국인의 일상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어느 연예인이 이걸 즐겨먹는다더라 하면 나도 먹고 있고,
어느 연예인이 이 음악을 즐겨 듣고 있느다고 sns에 올리면 나도 듣는 등, 내 삶에 파고든 연예인의 영향력은 실로 깊다.
그런데 뮤지컬배우는 일반인들에게 매우 먼 존재다.
막이 내리면 쏙 들어가 버리고, 이들의 사생활에 대해 공유가 되지 않아, 정말 '극장'에 가야만 접할 수 있는 외계의 존재.
그런 배우 중 하나인 홍광호가,
자전거를 타고 관객 사이를 활보하며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막을 열었을때,
나는 쇼크! 쇼쇼쇼크였다.
아마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여서, "공연 초반부에 관객이 왜이렇게 얼어있냐"고 물었던 홍광호씨는 아마 잘 몰랐겠지.
'아아...지바고가..아닌가 지킬? 돈키호테가 자전거 타고 가까이 온다???;' 의 느낌.
2. 홍광호씨. 물 먹어도 돼요.
뮤지컬의 캐릭터와는 다른 '사람 홍광호'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많은 곡을 준비했더이다.
홍광호는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올림픽홀을 부셔버릴 심산으로 엄청난 발성을 자랑했다.
난 두성으로 부르는 radio head의 creep을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다. (보통 다들 목으로 부름ㅋㅋㅋㅋ)
뮤지컬 넘버들이 1막이었다면 2막은 좀 버라이어티했다.
동요를 편곡해서 부르는가 하면, 심수봉 시리즈와 rock 커버곡들이 이어졌다.
부활의 노래들은 너무 쉽게 불러서 좀 짜증이 났고 (노래방에서 목에 핏줄서는 노래들인데)
동요는 피아노 편곡이 넘 훌륭해서 인상에 깊이깊이 남았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고 바로 노래를 설명하고 한순간이라도 지루할까 걱정하며 쉴틈없이 진행하는 그가 좀 안쓰러웠다.
물론 재미있었다. 하지만 다른 가수들은 노래 1-2곡 부르고 백스테이지가서 좀 쉬고 다시 나온다고!
관객들도 방금 들은 노래의 여운을 좀 곱씹고 옆사람이랑 쑤군댈 시간이 필요하다.
3. 더이상 외계인 아닙니다.
노래 사이사이에,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직접 겪은 이야기, 노래에 얽인 일화, 영국에서 느낀점들을 조곤조곤 얘기해 주었다.
서서히 그가, 저 멀리 무대 위 배우가 아니라 마치 가까운 지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런얘기 해도되는지 모르겠는데, 에이..그냥 할께요." 하면서 털어놓는 그의 속마음(?)까지 알아버려도 되나 싶었다.
젊은 나이에 뮤지컬계에서 인정받고, 영국에서 상도받은 화려한 이력의 그가,
타지에서 고군분투하며 향수병에 걸리 정도로 한국을 그리워하는 한명의 인간이었던 것.
그가 먼저 솔직하게 마음을 열었고, 관객도 점점 그에게 마음을 열어서, 마지막엔 정말 훈훈한 분위기로
(어떤 백발의 관객이 그의 등을 두드리면서 힘내라고 하는 정도였음) 막을 내렸다.
4. 뭐 이런 공연이 다 있어
많은 뮤지컬과 갈라쇼를 보았고, 국내외 콘서트를 다녀봤지만 이번 경우는 좀 새로웠다.
한 사람과 오래 대화를 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공연시간 좀 초과한듯?)
어른스럽고 솔직하고, 겸손한 모습이 보여서 큰 그릇의 사람인것 같았다. 배울점이 많았다.
공연 연출은 프로젝터를 활용한 입체적인 효과가 무대를 썰렁하지 않게 채워주고,
자전거로 관객와 가까워지는 소통의 시간도 재미있었다. 처음과 끝에 자전거로 관객석을 돌아주니 수미쌍관의 미랄까..
그리고 신나는 곡 두번 불러달라니까 진짜 두번 불러주는 팬서비스도 있었다. 크하하하하 진짜 최고.
다만 선곡이 문제였다.
분배를 한것 같긴 한데, 쉬지않고 지붕 뚫어버릴듯한 뮤지컬 넘버를 쏟아내다가, 잔잔한 가요를 부르다가..이잉??
원래 공연의 초반에는 미친듯이 흥을 돋구다가 사람들이 환호하던 팔이 아파질때쯤 흥분을 좀 가라앉혀주는 그런 진행이 되어야 좋은데, 이런 강약 조절이 되지 않아 관객들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렸던거 같다.
잔잔한 몇 곡은 기억이 나지 않고, 뮤지컬 발성에 익숙한 내겐 팝송은 좀 어색하게 들릴뿐ㅜㅜ
(hyde가 팝을 부르는 듯한 느낌이...)
막판에 신나는 곡처럼, 멍석을 깔아줘야 관객은 움직인다. 그런 흥을 어느정도 이어가는 노련한 선곡 진행이 다음엔 갖춰졌으면 좋겠다.
결론적으론, 따뜻하고 인상깊은 공연이었다. 이 공연으로 관객과 배우 모두 2015년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다.
나도 이번주 런던에 가는데, 홍광호씨의 말마따나 현재의 행복에 감사하는 영국인들의 삶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p.s. 지금 이 순간
이 노래를 선곡에 넣을까 말까 망설였다던 홍광호씨.
홍써트에서 이 노래를 안들으면 -싸고 안닦은거 같은 기분!!!
꼭 불러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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